내 고향 목포.
유달산 중턱에 간신히 매달린 채
아는 사람만 알고 찾아온다는
온금동 달동네 어느 허름한 식당에는
김선태 시인의 ‘조금새끼’라는 詩가
몇 년째, 빛바랜 얼굴로 주인보다 먼저
손님을 맞이한다.
「조금새끼」
가난한 선원들이 모여사는 목포 온금동에는
조금새끼라는 말이 있지요.
조금 물때에 밴 새끼라는 뜻이지요.
그런데 이 말이 어떻게 생겨났냐고요?
아시다시피 조금은 바닷물이
조금밖에 나지 않아 선원들이
출어를 포기하고 쉬는 때랍니다.
모처럼 집에 돌아와 쉬면서
할 일이 무엇이겠는지요?
그래서 조금 물때는 집집마다 애를 갖는
물때이기도 하지요.
그렇게 해서 뱃속에 들어선 녀석들이
열 달 후 밖으로 나오니 다들
조금새끼가 아니고 무엇입니까?
이 한꺼번에 태어난 녀석들은 훗날
아비의 업을 이어 풍랑과 싸우다
다시 한꺼번에 바다에 묻힙니다.
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인 셈이지요.
하여, 지금도 이 언덕배기 달동네에는
생일도 함께 쇠고 제사도 함께 지내는
집이 많습니다.
그런데 조금새끼 조금새끼 하고 발음하면
웃음이 나오다가도 금세 눈물이 나는 건
왜일까요?
도대체 이 꾀죄죄하고 소금기 묻은 말이
자꾸만 서럽도록 아름다워지는 건 왜일까요?
아무래도 그건 예나 지금이나
이 한마디 속에 온금동 사람들의 삶과
운명이 죄다 들어있기 때문 아니겠는지요.
― ― ― ― 金善泰(1960~ 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