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, 이미 신의 권한으로 정해져버린. ‘운명’은 그런 것이다. 그래서 그 단어는 보고만 있어도 경건하고, 무겁고, 또 슬프다. 포르투갈의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 리스본에는 자신의 운명을 짊어지 고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. 낮은 자리에 있던 그들은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‘그것’에 마냥 슬퍼하고만 있지 않았다. 뱃사람들 은 조국을 그리며, 집에 있던 사람들은 바다로 나간 사람을 그리며, 스스로를, 상대방을 위로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. 그리고 그들은 그 것을 ‘운명’이라는 뜻의 단어 ‘fatum’에서 따와 부르기 시작했다 . 파두(fado)는 그렇게 태어났다. 죽었을 때 정부에서 3일 동안 애도기간을 공포했었던 ‘파두의 대모 ’ 아말리아 로드리게스(Amalia Rodrigues)가 파두를 상류층까지 퍼 뜨리며 포르투갈의 국민음악으로 승화시켰다면, 베빈다는 세상에 퍼 뜨리며 현대 음악의 한 장르로 만들어가고 있다. “내면 세계를 잘 받아들이는 나라들이 있어요. 유럽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이 특히 그래요. 그래서 한국에서 파두가 인기가 있는 것 같아 요.” 자신의 노래가 드라마, 광고 등에서 쓰이며 인기가 많은 이유 를 설명하며 웃는 베빈다. 불혹을 넘은 나이지만 솔로 데뷔 앨범을 발표한 것은 이제 8년밖에 되지 않았다. 두 살 때 프랑스로 건너온 베빈다는 지방의 작은 무대에서부터 노래 를 시작했다. 물론 가장 편한 프랑스어로. 노래는 물론 작곡에서도 실력을 보인 그녀는 단연 프랑스 음악계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. 그러나 인정을 받으면서도 그녀는 뭔가 ‘아니다’ 싶었다. “뿌리를 찾고 싶었어요. 그래서 포르투갈로 건너가 몇 달 동안 생활 했죠. 그리고는 프랑스로 돌아와 대학에서 포르투갈어를 공부했습니 다. 그 전에는 쉽고 아주 일상적인 말만 할 줄 알았기 때문에, 다양 한 문학 작품들을 통해 좀더 본격적으로 언어 를 배웠어요.” 파두 가수가 되기 전에 관광 가이드, 텔레마케터, 호텔리어 등을 하 면서 많은 경험을 쌓은 그녀는 드디어 1994 년 첫 앨범을 발표했다. 마치 자신이 파두를 하게 된 것은 운명이라는 듯 ‘Fatum’이라는 타 이틀을 내걸고. “제 파두는 다른 파두와 달라요. 첼로, 신디사이저, 아코디언 등 다 양한 악기를 사용하고 독특하게 편곡하며, 탱고 등 다른 장르의 느낌 도 많이 내죠. 하지만 그보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아주 많이 담고 있 어요. 어머니가 써주시는 가사를 통해 표현하기도 하구요. 향수를 만 들 때 좋은 향기를 잘 배합해야 하잖아요. 전 제 파두에 저의 향기를 담고 있어요.” 이번에 발매된 베스트 앨범 ‘em caminho’(길 위에서)에는 그녀의 향기가 가득 배인 열 다섯 곡이 담겨 있다. 이 중에는 3년 전에 듣고 서 멜로디가 너무 좋아 감동을 받았다는 양희은의 ‘사랑, 그 쓸쓸함 에 대하여’를 리메이크한 곡도 있다. 외로운 도로에 덩그러니 꽃을 들고 있는 앨범 재킷 위의 소녀처럼, 그녀의 음악은 산뜻하면서도 외 롭고, 깔끔하면서도 질척댄다. “네팔 여행은 나의 내면을 찾아가는 여행”이었다고 표현하는 그녀 는 그 후부터 작곡을 시작했고, 여행할 때 주로 곡을 쓴다. “여행은 언제나 예고 없는 일의 연속이죠.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많은 것에 ‘취하면’ 좋은 곡이 많이 나와요.” 첫 베스트 앨범 발표를 통해 그녀는 한 번의 음악 여행을 마쳤다. 이 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. 슬픈 일보다는 행복한 일이 더 많아, 스 무 살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길을 걸었을 것이라는 베빈다. 그녀는 환하게 꽃을 들고 서 있다. 길 위에서.
▶Profile◀
1961년 포르투갈 북부 Fundao에서 출생 1963년 프랑스로 이주 1986년 샹송으로 음악생활 시작 1994년 첫 파두 음반 ‘Fatum’ 발매 그 후 ‘Terra e ar’(대지와 바람), ‘Pessoa em pessoas’(사람들 속의 사람), ‘Chuva de anjos’(천사의 비), ‘Alegria’(기쁨) 등 정규앨범과 라이브 앨범 ‘Live a la chapelle’ 발표. 2002년 베스 트 앨범 ‘The Best Of Bevinda - em caminho’ 발매
박은경 기자 gorgeoustar@mk.co.kr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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