당신을 보내고 난 자리
가시들을 걷어내었더니
꽃 사라진 뿌리만 남았다
피 나도록 파 내어도
뽑히지 않는 마음만 남았다
돌아서지 못하는 약속만 남았다
그 기억으로
역시 달이 지고 해가 떠 오르고
그 웃음으로
산이 붉으레 취하고
그 약속으로
열매들이 툭, 떨어진다
거두지 못한 들판에 남겨진
새들의 서성거림이랄지
저 건너편에 숨은 바람이랄지
끝내버리지 못한 인연에
가을이 깊다